학습부진 지원 대안 움직임... 문제풀이식 보충 대신 1 대 1 맞춤수업 눈 돌려
일제고사 시행 후 학습부진 학생들을 돌보는 자발적인 모임도 많아지고 있다. 정작 학습이 뒤처진 아이들을 위해서는 예산도, 정책도 겉도는 교육현장에서 ‘대안'을 찾아 움직이는 사람들이다.
교사들은 학습부진 문제를 연구하기 위해 직접 ‘배움찬찬이 연구모임'을 만들었다. 2011년 학습부진 학생 지도 문제로 토론회를 연 교육시민단체 ‘좋은교사운동'에 몇몇 교사가 찾아왔다. 일제고사로 학습부진아를 걸러내고 문제풀이식 보충수업으로 때우고 마는 데 문제의식을 느끼던 교사들이다. 김중훈 좋은교사운동 잡지 편집장은 "학습부진아 연구도 활발하지 않을뿐더러 각종 보고서에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빠져 있었다"며 "격주로 모여 학교 현장 경험을 토대로 학습부진아 지도의 대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모임 교사들이 일제고사를 보는 생각은 부정적이다. 한 교사는 "학습부진아를 지원한다는 명분으로 시·도교육청 간 경쟁을 유발하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아이가 글을 잘 읽지 못하면 수준에 맞게 수업해줘야 하지만 학교에서는 여전히 문제풀이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편집장은 "한국에서 공부 못하는 아이는 심리적 문제를 겪을 뿐 아니라 교사, 부모, 친구들과의 인간관계까지 흐트러지게 된다"며 "일제고사는 그런 학생들에게 외려 징벌"이라고 말했다.
연구모임은 아이들이 갖고 있는 잠재능력을 끌어낼 수 있도록 ‘작은 성공을 크게 격려해주자'고 방향을 정했다. 아이는 그 작은 성공을 실마리로 해 잠재능력을 키워낼 수 있다는 게 교사들이 내린 결론이다. 또 학습부진아에게 개입하는 시기를 초등학교 3~4학년에서 이르면 1학년까지 앞당겨야 한다고 말한다.
2010년 설립된 사회복지법인 함께걷는아이들에서는 지난해부터 빈곤·방임 등 환경적 요인으로 읽고 쓰고 셈하는 기초학습에 결손이 생긴 학습부진 아동들에게 1 대 1 지도강사를 파견해 맞춤학습을 지원하는 ‘3Rs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모든 아동·청소년들이 경제적·사회적 배경에 관계없이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하자는 취지다. 교육 현장에서 진행되는 학습부진아 지원이 형식적이라는 지적에 따라 직접 나선 셈이다.
올해는 3월부터 30명의 강사가 활동하면서 143명의 아동에게 수업을 지원하고 있다. 한 아이에게 1회 50분씩 주 3회 수학과 국어 과목 수업을 하며, 아동과 강사 간 유대감을 형성해 학습동기를 유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강사들에게는 학습부진아 전문지도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1년차 기초교육, 2년차 심화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함께걷는아이들은 이곳에서의 지도 경험을 바탕으로 학습부진아 수업 모형에 대한 연구도 해나갈 계획이다.
김윤지 함께걷는아이들 간사는 "출발 단계부터 발생하는 아이들 간의 불평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며 "기존의 문제풀이 위주 그룹지도 학습의 효과성에 의문을 갖고 있어 1 대 1로 개별적 학습부진 정도를 파악해 맞춤형 수업을 한다"고 말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입력 : 2013-04-23 22:24:35ㅣ수정 : 2013-04-23 22:2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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